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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언(眞言)


                          윤후명


가장 사랑하는 고운 님에게
시들지 않는 추파(秋波)를 엮어드리리
오직 하나밖에 없는
내 시랑(豺狼)의 얼굴을 보여드리리
.........................................................

1,000번째 게시글을 올린다.

꼭 8년동안 글을 올렸다.

그동안 쓸모 있는 글을 많이 쓰지 못했다.

2,000번째 게시글까지는

또 얼마의 세월이 지나게 될지 알 수 없지만

좀 더 나은 글로 채워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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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바람


                            박재삼


천년 전에 하던 장난을
바람은 아직도 하고 있다
소나무 가지에 쉴새 없이 와서는
간지러움을 주고 있는 걸 보아라
아, 보아라 보아라
아직도 천년 전의 되풀이다


그러므로 지치지 말 일이다
사람아 사람아
이상한 것에까지 눈을 돌리고
탐을 내는 사람아
..................................................

시간이 유한한 것은 사실이지.
효율적으로 쪼개어 쓰는 걸 고민하는 것은 좋은 방법이지만
사실 실천이 쉽지는 않아.
실행하지 못하는 계획은 시간 낭비지.


시간이 마치 정해진 것처럼 보이지만,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주어진 것처럼 생각되지만
그건 큰 착각이야.


시간은 정해져 있지도 않으며
전적으로 깨어있는 자에게만 주어지지.
시간은 언제나 부지런한 자의 몫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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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나라의 어린이


                                     오탁번
 

새벽별 이울기도 전에 잠이 깬
갓 육십 된 새 나라의 어린이가
몇 백 살 먹은 느티나무에게 아침인사를 한다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오냐 오냐
단풍 든 느티나무 잎이 막 떨어진다
 

달걀 한 꾸러미 장에 내다 팔아서
할아버지 장수연(長壽煙)과 유엔성냥을 사오던
새 나라의 착한 어린이!


몇 백 년 된 검버섯 할아버지의
왕겨빛 구레나룻이
낙낙한 삼베적삼 같이 막 흩날린다
...........................................................

안개 끼고, 흐리고, 비 오고, 바람 부는 날...
모두 우리 일상입니다.
그 시간이 다 지나야
삶의 소중함을 알게 되지요.
그 소중한 일상이 우리 삶의 전부입니다.


또 이렇게 맑고 눈부신 하루가 반겨 오시네요...


감사가 어쩌면 나중 오는 것이네요...
견딜 수 있을만큼의 고난의 시간이 지나야
나중 오는 것.
실은 어느 무엇보다 먼저여야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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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책


                              이기철


행간을 지나온 말들이 밥처럼 따뜻하다
한 마디 말이 한 그릇 밥이 될 때
마음의 쌀 씻는 소리가 세상을 씻는다
글자들의 숨 쉬는 소리가 피 속에 지날 때
글자들은 제 뼈를 녹여 마음의 단백이 된다
서서 읽는 사람아
내가 의자가 되어줄 게 내 위에 앉아라
우리 눈이 닿을 때까지 참고 기다린 글자들
말들이 마음의 건반 위를 뛰어다니는 것은
세계의 잠을 깨우는 언어의 발자국 소리다
엽록처럼 살아 있는 예지들이
책 밖으로 뛰어나와 불빛이 된다
글자들은 늘 신생을 꿈꾼다
마음의 쟁반에 담기는 한 알 비타민의 말들
책이라는 말이 세상을 가꾼다
...................................................

책 만들어 보겠다고 모인 학생들에게
책 잘 만들라는 말을 못하고
꼭 살아남으라고 했다.
 
그저 책이 좋아 책 만드는 일 하겠다는 학생들에게
책을 돈으로 바꾸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얘기했다.
 
그래도,
이 일이 너무 좋으니
나도 13년째 이 일만 하고 있다고
거듭 강조하고 마무리 할 걸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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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하여


                      김소연


허전하여 경망스러워진 청춘을
일회용 용기에 남은 짜장면처럼
대문 바깥에 내다놓고 돌아서니,
행복해서 눈물이 쏟아진다 행복하여
어쩔 줄을 모르던 골목길에선
껌을 뱉듯 나를 뱉고 돌아서다가,
철 지난 외투의 구멍 난 주머니에서 도르르르
떨어져 구르는 토큰 같은
옛사람도 만났다 오늘은
행복하여 밥이 먹고 싶어진다
인간은 정말 밥만으로 살 수 있다는 게
하도 감격스러워 밥그릇을 모시고 콸콸
눈물을 쏟는다
.............................................................

일상의 사소함은 늘 경시되고 치부된다.
그 사소함들이 쌓여 우리 삶이 되는데...
너무 작아 보잘 것 없지만
실은 그런게 중요한데...


모두 지난 일이라고
까맣게 잊은 줄 알았는데
어느 날엔가
어딘가에 묻혀있다
적나라하게 고스란히 드러나게 되는 일이 간혹있다.


담아두고 막아두면 썩게 마련이니
종종 열어두고 배출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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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에 기대어


                      나희덕


가로수 그늘에 몸을 기대고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본다
별 몇개가 떨어졌는지
잡풀 뒤에 숨어서 누가 울고 있다


쓰르라민가, 풀무친가, 아니면 별빛인가
누구인들 어떠랴
머리를 가득 채우는 저 소리,
충만을 이내 견디지 못하는 나는
다시 하늘을 본다


눈 멀어지니 귀도 멀어졌다
그러나 소리 희미해질수록
마음은 가까워졌다
소리는 풀잎 뒤에서가 아니라
내 마음 어느 갈피에서 나는 것 같다


소리내는 그것을 만져보려고
풀잎을 쓰다듬으니 소리는 온데간데 없다
가까이 있지만 만질 수 없는 것들이여
내 안에 있지만 또한
어디에 있는지 모를 것들이여


너는 해진 옷 끌고 와 여기서 울고
나는 그 옷자락이나 만지다 돌아갈 뿐
사라진 그 소리에
잠시 기대어 앉아 있을 뿐
.............................................................

내가 하는 말을 알아듣는 이가 있다.
누군가가 무슨 말을 해도 다 알아듣는 이가 있다.


내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고
무어라 말 할 일이 없다.
내 말 한마디라도
땅에 떨어질까 조심스러워 하기에...


믿음이란 바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욕심없이 항상 기대하는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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