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택... 봄비1, 2 (두 편)
봄비 1
김용택
바람이 붑니다
가는 빗줄기들이 옥색 실처럼 날려오고
나무들이 춤을 춥니다
그대에게
갈까요 말까요
내 맘은 절반이지만
날아 온 가랑비에
내 손은 젖고
내 맘도 벌써 다 젖었답니다
봄비 2
김용택
어제는 하루종일 쉬지도 않고
고운 봄비가 내리는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막 돋아나는 풀잎 끝에 가 닿는 빗방울들,
풀잎들은 하루종일 쉬지 않고 가만가만
파랗게 자라고
나는 당신의 살결같이 고운 빗줄기 곁을
조용조용 지나다녔습니다
이 세상에 맺힌 것들이 다 풀어지고
이 세상에 메마른 것들이 다 젖어서
보이지 않는 것이 하나도 없는
내 마음이 환한 하루였습니다. 어제는 정말
당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당신이 하얀 맨발로
하루종일 지구 위를
가만가만 돌아다니고
내 마음에도 하루 종일
풀잎들이 소리도 없이 자랐답니다. 정말이지
어제는
옥색 실같이 가는 봄비가 하루 종일 가만가만 내린
아름다운 봄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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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하고 현란한 봄 꽃의 향연이 막을 내릴 즈음,
이젠 그 열기를 식히려는 듯
가만가만 종일토록 봄비가 내립니다.
빗방울이 지글지글 우산에 듣는 소리를 들으며
문득 어디선가 아름다운 사랑노래가 흘러나올 것 같아
주위를 두리번 거립니다.
다시 우산 아래의
지글거리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나의 지난 시간들에 대한 생각에 젖어봅니다.
이미
우산도
길도 다 젖었습니다.
내 옷소매도
바짓가랑이도 다 젖었습니다.
혹시
내 마음이 젖을까봐
얼른 옷깃을 여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