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3부

강미영... 늙은 첼로의 레퀴엠

조은사람70 2010. 7. 5. 12:07

늙은 첼로의 레퀴엠


                                         강미영


몸 안으로 팔도 구겨 넣고
다리도 쑤셔 넣는다
음악이 된다


케이스 안에 갇혀 있는 남자
몸은 더 이상 자라지 않고
제 살 뜯어내며
케이스 안에 갇혀 있다


양 어깨에 걸쳐진 다리 사이
세상으로 뛰쳐나간 귀들
달팽이 의자에 앉힌다
현의 여자
활의 여자
뼈를 깎고 사는 허리 잘룩한 자웅동체
불두덩 더듬거리며
날마다 수음하는
꿈을 꾼다


그 남자는 첼로
케이스 안 낡은 방에서
오늘도 음악 같은
수음을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