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6부
오탁번... 할아버지
조은사람70
2014. 7. 18. 15:16
할아버지
오탁번
느티나무 아래 평상에 앉아
부채질 하며
말복더위를 식히고 있는데
달려오던 빨간색 자동차가 끽 멈춰 섰다
운전석 차창이 쑥 열리더니
마흔 살 될까말까 한 아줌마가
고개도 까닥하지 않고
-할아버지! 진소천 가는 길이 어디죠?
꼬나보며 묻는다
부채를 탁 접으면서 나는 말했다
- 쭉 내려가면 돼요, 할머니!
내 말을 듣고는
앗, 뜨거!놀란 듯
자동차가 달아났다
우리나라에는
단군할아버지 말고는
'할아버지'라고 부를 사람이
한 명도 없다!
유관순 누나 생각하면
나는 어린이집에도 아직 못간
앱솔루트 분유 먹는
절대적인 갓난애야!
'할아버지'라니?
고얀 년 같으니라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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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로 독침을 쏘는 것들
말벌보다 독한 침이 머릿속에 박혀
뺄 엄두는 못 내고
맹독이 자꾸만 온 머리로 퍼져
편두통과 어지럼증을 유발한다.
내 입에 똥칠하기 싫어
각각 좌우측 침샘에
말끔히 묻어뒀던 쌍 욕이 스며 나오고
안면 근육 경련에 동반하여
쌍 주먹으로 이어진 인대가 발작한다.
다시 한 번 내 눈에 띄면
쌍 주먹을 날린 후
쌍 욕 더미에 파묻어 버릴 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