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시 감상 6부
천상병... 길
조은사람70
2016. 5. 26. 18:20
길
천상병
가도 가도 아무도 없으니
이 길은 무인(無人)의 길이다.
그래서 나 혼자 걸어간다.
꽃도 피어 있구나.
친구인 양 이웃인 양 있구나.
참으로 아름다운 꽃의 생태여---
길은 막무가내로 자꾸만 간다.
쉬어 가고 싶으나
쉴 데도 별로 없구나.
하염없이 가니
차차 배가 고파온다.
그래서 음식을 찾지마는
가도 가도 무인지경이니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한참 가다가 보니
마을이 아득하게 보여온다.
아슴하게 보여진다.
나는 더없는 기쁨으로
걸음을 빨리빨리 걷는다.
이 길을 가는 행복함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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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의 세찬 비바람에 말끔히 씻긴 하늘
본디 여린 것의 온유(溫柔)와
본디 맑은 것의 순결(純潔)와
본디 푸른 것의 순수(純粹)와
본디 밝은 것의 진선(眞善)
세상 끝이 보일 듯한 멋진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