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날은 간다


                            김종철


꽃이 지고 있습니다
한 스무 해쯤 꽃 진 자리에
그냥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세상 일 마음 같진 않지만
깨달음 없이 산다는 게
얼마나 축복 받은 일인가 알게 되었습니다
한순간 깨침에 꽃 피었다
가진 것 다 잃어버린
저기 저, 발가숭이 봄!
쯧쯧
혀끝에서 먼저 낙화합니다.
.................................................................

꽃 진다고 무어라 무어라 떠들었더니
이 시가 눈에 확 들어온다.


날씨가 무척 추웠던 어느날, 집안에 들어서며
'날씨 더럽게 춥네...' 했다가

'날씨가 더럽냐?... 네 입이 더 더럽다...' 고
어르신에게 혼줄이 났다던 이야기가 생각난다.


그래 봄 날이 언제 갔던가?
우리가 의미없이 보내버린 것이 아닌지...


꽃들에게 축복받은 것을 감사할 줄은 모르고
너덜너덜한 입으로
함부로 꽃진다고 투덜거린 것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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