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도 詩第一號

 

                                     이상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길은 막달은 골목이 適當하오.)


第一의兒孩가무섭다고그리오.
第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四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五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六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七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八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九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一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二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第十三의兒孩도무섭다고그리오.
十三人의兒孩는무서운兒孩와무서워하는兒孩와그러케뿐이모였소. (다른事情은업는것이차라리나았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운兒孩라도좋소.
그中에二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그中에一人의兒孩가무서워하는兒孩라도좋소.
(길은뚫린 골목이라도適當하오.)
十三人의 兒孩가 道路로 疾走하지 아니하야도 좋소.
十三人의兒孩가道路로疾走하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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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로

 

                이동순


동지 섣달 짧은 해는 기울고
서쪽 창문마저 어두워지니
방안 공기가 이마에 차다
화로에 참숯불을 듬뿍 담아
방에 들여놓으니
작은 방안은 삽시에 훈훈하다
그대와 나는 화로를 끼고 앉아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우리 둘은 숯불처럼 점점 달아오른다
화로의 영롱한 불빛이
그대 얼굴에 비치어 황홀하다
....................................................................

함께 한다는 것, 동반하는 것은
어쨌든 서로에게 발전적으로 변화해 가는 게 올바른 방향이겠지.
하지만 함께 발전하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다.
생각의 레벨도 맞아야 하고,
속도도 맞춰야 하고,
방향도 같아야 한다.


누군가의 무엇을 좋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무엇이든 다 좋아하기란 쉽지 않다.
서로에 대한 절대적인 신뢰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진정한 동반이 되려면 누군가의 무엇이든 좋아하려 애써 볼 일이다.

그럴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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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길을 간다


                            이해인


봄 여름 데리고
호화롭던 숲


가을과 함께
서서히 옷을 벗으며


텅 빈 해질녘에
겨울이 오는 소리


문득 창을 열면
흰 눈 덮인 오솔길


어둠은 더욱 깊고
아는 이 하나 없다


별 없는 겨울 숲을
혼자서 가니


먼 길에 목마른
가난의 행복


고운 별 하나
가슴에 묻고


겨울 숲길을 간다

................................................................

생각해 보면
날마다 새로운 하루를 맞게 되는 게
우리의 일상입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매일 매일이 새 날이니 말이죠.
하루를 감사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혜안을 주십니다.
분별하고 조심하도록 말이지요.


조금만 귀 기울이고 집중하면
바람소리도, 빗소리도 들을 수 있는 것처럼
하나님이 전하는 말씀을 들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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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사 가는 길, 잠시


                             신용목


시흥에서 소사 가는 길, 잠시
신호에 걸려 버스가 멈췄을 때


건너 다방 유리에 내 얼굴이 비쳤다.


내 얼굴 속에서 손톱을 다듬는, 앳된 여자
머리 위엔 기원이 있고 그 위엔


한 줄 비행기 지나간 흔적


햇살이 비듬처럼 내리는 오후,
차창에도 다방 풍경이 비쳤을 터이니


나도 그녀의 얼굴 속에 앉아
마른 표정을 다듬고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당신과 나는, 겹쳐져 있었다


머리 위로 바둑돌이 놓여지는 그 위로
비행기가 지나가는 줄도 모르고
............................................................

지나가는 시간,
지나가는 풍경,
지나가는 사람...


무심코 지나쳐버린 일상이
멈춘 채, 몇 줄의 글로 빼곡히 박혀있다.
기억조차 희미한 시간, 공간, 그리고 이름들...


나는 어떻게 그 곳에 혹은 그들에게 남겨져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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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

                         김기택


가지가 되다 말았을까 잎이 되다 말았을까
날카로운 한 점 끝에 온 힘을 모은 채
가시는 더 자라지 않는구나


걸어다닐 줄도 말할 줄도 모르고
남을 해치는 일이라곤 도저히 모르는
그저 가만히 서서 산소밖에 만들 줄 모르는
저 푸르고 순한 꽃나무 속에
어떻게 저런 공격성이 숨어 있었을까
수액 속에도 불안이 있었던 것일까
꽃과 열매를 노리는 힘에 대한 공포가 있었던 것일까
꽃을 꺾으러 오는 놈은 누구라도
이 사나운 살을 꽂아 피를 내리라
그런 일념의 분노가 있었던 것일까


한뿌리에서 올라온 똑같은 수액이건만
어느 것은 꽃이 되고
어느 것은 가시가 되었구나
......................................................................

말 수를 줄여야 겠다.
간혹 의도하지 않은 말로 인해 문제가 생기고,
말이 길어지다 보면 생각지도 않았던 일로 번진다.


내 혀에서 비롯된 업이
나를 상하게 하고
다른 사람을 상하게 할 수도 있음을
무수히 겪고도
또 실수를 범한다.


꼭 한순간만 참을 것을...
한마디만 참을 것을...

개한테 물린 적이 있다


                                         유용


내 나이 여섯살 적에
아버지와 함께 간 그 허름한 식당,
그 옆에 냄새나는 변소,
그 앞에 묶여 있던 양치기,
는 그렇게 묶인 채로 내 엉덩이를 물었다.
괜찮아, 괜찮아, 안 물어.
그 새끼 그 개만도 못한 주인새끼의
그 말만은 믿지 말았어야 했다.


짖는 개는 물지 않는다,
는 말이 있다. 새빨간 거짓말이다.
나는 번번이 짖는 개에게 물렸다.


사랑을 부르짖는 개,
는 교회에서 나를 물어 뜯었다.
정의를 부르짖는 개,
는 내 등 뒤에서 나를 덮쳤다.
예술을 부르짖는 개,
는 백주대로에서 내 빵을 훔쳐 달아났다.


괜찮다, 괜찮다,
는 개소리는 지금도 내 엉덩이를 노린다.
괜찮아, 괜찮아, 물지 않을 거야.
저 새끼 저 개만도 못한 새끼의
싸늘한 속삭임을 나는 도시 믿을 수 없다.
....................................................................

욕 한마디 해주고 싶을 때가 있다.
돌아서서 저주를 퍼부어 주고 싶은 때가 있다.
도대체 말로는 해결의 기미가 보이질 않아,
마구 두들겨 패주고 싶은 때가 있다.


살다보면...
다행히 그리 많지는 않지만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순간에 맞닥뜨린다.
참아 넘기기가 쉽지 않은 순간이다.


아주 가끔은
개새끼, 돼지새끼들과 섞여 사는 게
짜증스럽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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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음화 (陰畵)


                                  김혜순

 

오늘 아침에는 아직도 우리가
피난중이라는 생각
아직도 어린 새끼 등에 업고
총칼 대포 피해 피난 보따리 이고 지고
우왕좌왕 쫓기는 꿩떼 같다는 생각


누가 굶어죽는지 누가 얼어죽는지
걸음아 나 살려라 힘껏 내달린다는 생각
이 보따리 잃을까 이 보따리 빼앗길까
웅크리고 두리번거린다는 생각


(누가 이리 꽃 묶어놓았나 피난 보따리
우리들의 골통 보따리
들어온 것 못 나가고
나간 것 못 들어오라고
누가 와 자근자근 밟아놓았나
무덤 보따리)


오늘 아침 청계천을 꽉 메운 차들
내려다보고 있을 때 문득 스치는 풍경
길고 긴 피난민 행렬, 우리들의 무의식
울지도 못하고 떠밀려가는 보따리 행렬
죽어서도 못 썩을 우리들의 음화 (陰畵)
.....................................................................

실오라기 하나 남기지 않고 벗어 던져야
새 옷을 입고 세상을 향해 나설 것이다.
과감히 탈피(脫皮)해야 날개를 펴고

땅을 박차고 하늘로 날아오를 것이다.


분명한 것은
내가 아무 생각없이 파내려 간 구덩이에
내가 꼼짝없이 갇힐수 있다는 것이다.


생각이든
사랑이든
욕망이든...


행여 그 속에 내가 갇혀있는 것은 아닌지
계속 잘 살펴봐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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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에


                김광섭


저렇게 많은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많은 사람 중에서
그 별 하나를 쳐다본다.


밤이 깊을수록
별은 밝음 속에 사라지고
나는 어둠 속에 사라진다.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

만남이 소중한 것은 그 자체가 귀하기 때문이다.
만남이 귀한 것은 그 존재가 온전하기 때문이다.


우리도 언젠가는 사라지겠지
우리 삶은 그러하겠지


하지만
귀하고 온전한 것은
언제든 다시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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