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이 짙게 우거진
숲의 숨 길을 따라
초록을 하나 둘 등지고
살짝 등이 굽은

청춘 남녀가 간다.


서로 기대어 선 나무들 사이로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무심히 그 길을 간다.


걷다가 걸어가다가
살며시 두 손
마주 잡는다.


초록이 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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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국화 여인에게 1

 

어느 가을 한 녘에서

아주 우연히 마주친 여인

들국화     

 

감히 내민 내 부끄러운 두 손을

가만히 잡아준 그녀를

나는

사랑할 수밖에 없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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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산 길을 오르다

 

목탁


메마른 산 길을 오르다
황톳빛 먼지 옴팡 뒤집어 쓰고
온 몸은 땀으로 흥건히 젖어 범벅이 된 꼴이 사납다


기를 쓰고 오르다 오르다
걸음을 멈추고
넓직한 바위 위에 주저 앉았다.


얼마나 왔을까
또 어디까지 가야할까
주위를 둘러보지만
먼지 풀풀 날리는 기울어진 경사면에
엉덩이 하나 붙일만한 바위와
비스듬히 서서 지탱하고 있는 잡목과
이유없이 우거진 풀, 잡풀...


이젠 그만 내려가야겠다
족쇄 한 덩이 찬 것만큼이나 무거워진 발걸음이
주루룩 미끌려 내리다
주먹만한 돌덩이 하나가 발길에 투~욱 채였다.


데구르르 데굴 데굴 데구르르...


내리막 경사진 길에
흙먼지 자욱하게 피어오르고
이리저리 사방으로 굴러내리는 돌멩이들을
눈으로만 바삐 쫓는다.


항상 피하고자 하였음을 깨닫는 순간,
무엇엔가 쫓기듯 뒤를 돌아 보았다.
자잘한 흙먼지만 나즈막히 깔린 언덕진 길


지금 다시 발길을 돌려 오르려 한 들
그것이 내게 무슨 의미인가?


짧은 탄식이 터지며
안타까움이 푸른 잉크처럼 퍼진다.
가슴팍 한가운데가 얼음을 댄 것처럼 시려온다.


그래,
오늘은 그토록 애타게 기다리던 비가 올지도 모르겠다.
.................................................................................................

 

 

언제까지일지 모를 우리 삶은 끊임없이 갈림길에 서게 된다.

그때마다 어떤 선택을 하게 될지, 무엇이 옳은지 아무도 모른다.

그저 그 선택을 믿고 가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멈추지 마라. 계속 구하고 고뇌하고 사색하라.

자신의 길에 올곧게 서게 될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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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있어 내가 산다

 

                                    목탁

 

든든히 버텨줄 믿을만한 기둥도 못 되고,
곤한 다리 잠깐 쉴 의자도 못 되고,
잠시 서서 기대어 볼 전봇대만도 못한,
남편...

언제나 곁에 있어주는 네게
그 흔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하고 산다.

이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네게
따뜻한 말 한마디, 정다운 편지 한 줄 전하지 못하고 산다.

그래도, 네가 있어 내가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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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송화 1

               
                     목탁


소담하고 나즈막한 자리 하나에
옆옆에 동무들 그늘 삼아
담벼락 삼아
우리네는 그렇게 기대어 산다


욕심도 미움도 없이 살고 싶어
서로들 부대며
오골거리고
촘촘스레도
우리네는 그렇게 어우르며 산다

 
명년 봄에
다시 피올 새 삶을 그리메
하루를
또 하루를
우리네는 그렇게 참으며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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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련 (水蓮)

 

                                        목탁

 

너를 보고 부끄럽지 않을 이가 있을까

너를 마주하고 기쁘지 않을 이가 있을까?

 

무(無)의 깨달음을 알지 못하여도

해탈의 경지에 오르지 못하여도

너를 보고 마주하며

부끄러워알고

기뻐할 안다면

 

사람이다

그걸로 족(足)하다

 

가진 것이라곤 마음뿐인 내가

네게 눈물을 바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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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서 II

 

                    목탁

 

참으로 오랜만에

마음 기울여

시간 한잔 따라

바람 한조각 띄워 마셨다.

 

오월의 봄 햇살

그 빛나는 칼날이

나른 한 오후를

쥐도 새도 모르게 베어낼 때 쯤

 

졸음에 겨운 파도는

게으른 배 한척을

어르느라 여념이 없다.

...................................................

 

오랜만에 정동진으로 가족여행을 갔다가

너무나 한가롭고 여유로운 한때를 보내며

이게 행복인가 싶었더랍니다...

 

바닷가에서 내 무릎을 베고 누워있던 아내가

시라도 한 수 지어보라고 하기에...

내리 두 편을 적어내렸지요...

가만히 들여다 보더니

마누라 왈...  "아주 좋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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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 아지랑이

 

                         목탁

 

전율하는 地平

치솟는 生命의 힘

아스팔트도 일그러뜨리는

봄 아지랑이

네 힘은

酷寒의 暴壓도 물리쳐 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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