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

                 이정록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께서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까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 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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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식노릇 한 삼십년 하고 나니,
부모노릇도 한 삽십년 하게 될 터이다.


이래저래 따지고 보면
제 노릇하고 산다는 게

참 만만치는 않다.


나는 누구에게 편안하고 든든한 의자인 적이 있었는지...
슬며시 몸무게를 실어 의자에 기대본다.


내 낡은 의자 등받이는 오늘도 영 미덥지가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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