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은 먼 곳에
이대흠
미칠 것 같은 날 꽃 피어
이대로 살 수 없을 것 같은 봄날
세상의 가시들이 다 내게로 향하는 것 같은
이 황홀함
내 안의 가지들엔 물 오르지 않고
나는 내 삶을 너무 둥글게 만들었네
오래된 노래들이 거리를 흘러
나는 되도록 먼 길을 돌아서
그대에게 가네 그대는 없고 나무들
저 검은 몸 속에 어떻게
저리 희고 푸른 색들을
숨겨 두었을까
봄날은 깊어 그대 멀리 있는 나는
알겠네 지난 날 그대의
껍질만 보아온 것을
...................................................................
진작에 이 향그런 흙내음을,
진한 봄 꽃 향기를 마음껏 맡아보았더라면,
제겨 딛고 거두기도 힘들게 지친 발걸음 옮겨 옮겨
그 먼 길을 비틀거리고 헤메지 않았을 것이다.
진작에 저토록 푸른 하늘을 올려다 볼 수 있었으면,
화려한 꽃 잔치에
넉넉한 마음자락 휘날리며
한바탕 춤이라도 어울리게 추어보았을 것이다.
내 속에 아무도 없었음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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