챗바퀴 돌 듯 반복되는 일상, 살기 위해 일하는 것인지, 일하기 위해 사는 것인지 가늠하지도 못하고
쫓기듯 또 하루를 보낸다.
일상탈출!
목요일은 국내 유일의 우리 음악 공연장인 가례헌에서 '목요의 밤' 이 있는 날이다.
청구역 1번 출구를 나서 광희문 방향으로 200m 남짓 걷다 보면, 이런 곳에 하우스 콘서트가 열릴만한 변변한
장소가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만큼 복잡하고 허술한 낡은 건물들이 길따라 늘어서 있다.
어렵게 건물 입구까지 찾아가면 그 의구심이 배가 된다.
어찌됐든 여기까지 왔으니 그냥 물러날 수는 없지 않은가?
꼬불꼬불 계단을 따라 건물 4층을 올라가 허름한 양철대문을 밀고 들어서니 어렴풋이 들리는 소리들...
제대로 찾아오긴 했나보다 하는 안도감에 살짝 문을 열고 들어서면, 상상치도 못한 별천지가 펼쳐진다.
희귀한 축음기들이 한 눈에 봐도 좋아 보이는 고가구 여기저기에 올려져 있고, 각종 현악기들과
옛날 국악음반들이 벽면을 가득 장식하고 있다.
주위를 둘러보니 각종 도자기와 그릇들, 유기, 불상이나 장신구들, 각종 무구와 생활도구들, 악기들,
이름조차 알 수 없는 오래된 가구들이 빼곡이 들어차있다.
마치 생활사 박물관에 들어온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전시품들이 다양하고 다채롭다.
대충 전시품들만 구경하고자 마음먹어도 하루는 꼬박 걸릴만한 엄청난 양이다.
나즈막한 찻상들이 가지런히 놓여진 찻방에 잠시 자리를 잡고 앉으니, 단정한 한복차림의
근사한 젊은 남자분이 차 한잔을 따라 권한다. 이 분이 바로 가례헌의 주인장 박정욱 선생이다.
박정욱 선생님은 공연때마다 재치있고 유쾌한 입담으로 어렵게만 느껴졌던 우리 전통음악을 너무나 쉽고 명쾌하게 들려준다.
관객들의 경탄을 일시에 자아내게 만드는 전통 성악가로서의 기량은 그 깊이를 가늠키 어려울만큼 놀랍다.
약 두시간여의 관중들과 하나가 된 공연이 연주자들의 울림과 어우러져 글자 그대로 향연(響宴)이 펼져졌다.
가례헌에서 펼쳐지는 연희의 종류는 실로 다양하단다.
서도소리, 판소리, 정악, 경기민요 등 전통성악공연과 해금, 가야금, 거문고, 대금 등등 각종 악기의 연주공연,
설장고, 대고, 퓨전타악을 망라하는 각종 타악공연, 살풀이, 검무 등등의 다양한 무용공연이 펼쳐진단다.
그밖에도 통기타 가수들의 공연과 중국 전통악기 꾸쩡의 연주공연도 있었단다.
그동안 가례헌에서 공연을 한 연주자들이 연인원으로 1,000명을 헤아릴 것이라 하니,
이러한 문화공간이 소중하고 고맙기까지 하다.
가례헌에서 공연이 펼쳐진 것이 벌써 6년여, 100여회가 훌쩍 넘었다 하니
그 동안의 공(功), 력(力)에 저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삶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공연 뒷마당(뒷풀이)의 막걸리 잔치는 우리 핏속에 흐르는 멋과 흥의
정취를 흠뻑 느낄 수 있게 해 주었다.
우리의 멋에 취해, 향연에 취해, 그리고 막걸리 한잔에 취해, 발길을 옮기며 나도 모르게 어깨도 들썩,
아리랑 가락을 흥얼거린다.
'아리 아리랑... 쓰리 쓰리랑... 아라리가 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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