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일


                        신용선


헛딛지 않고도 돌아오는 길이 찾아지는
두 번째 이별처럼
자신이 무언가에 익숙해지고 있음을 깨닫는 일은
쓸쓸하다.


익숙해지는 것은 무언가를 잃어버리는 일이라는
것을, 잃어버린 것들을 생각하는 데
드는 시간이
나이를 먹을수록 짧아진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쓸쓸하다.
언제나 그 골목의 끝에 서 있으므로 밤이 와도 다만
어둠을 밀어낼 뿐 빛나지 않는 가로등처럼
생기없는 것들, 더 많이 죽음의 편에 서 있는 것들이
익숙하게 자신을 감싸고 있다는 것을
깨닫는 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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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고 오는 길이 다르지 않아
오면, 만나게 되고
또 가면, 잊게 되는 것...


어디만큼 왔는지라도 알면
속이 편해질지,
아니면 갑갑해질지...


그래도 준비없이 갑자기 가지말아야 할텐데
어떻게든 미리 준비를 좀 해야 할텐데...


막상 뭘 준비하려니 딱히 할 게 없다.
변변치 않은 삶인가 싶어
오히려 한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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