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그친 새벽 산에서
 

                            황지우


비 그친 새벽 산에서
나는 아직도 그리운 사람이 있고
산은 또 저만치서 등성이를 웅크린 채
창(槍) 꽂힌 짐승처럼 더운 김을 뿜는다
이제는 그대를 잊으려 하지도 않으리
산을 내려오면
산은 하늘에 두고 온 섬이었다
날기 위해 절벽으로 달려가는 새처럼
내 희망(希望)의 한 가운데에는 텅 비어 있었다

.......................................................................

온 몸이 땀으로 흠뻑 젖고, 숨이 턱밑까지 차오르고,
내딛는 다리가 후들거리는 가열찬 산행...

그리움도, 외로움도 생각할새 없이 걷고 또 걸었다.

 

그렇게 너에 대한 모든 기억을 산길에 줄줄이 흘려버리고 돌아왔다.

다시는 산을 오르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새벽 산의 기운을 호흡했던 것이 언제였던지 기억조차 희미하다.
오늘 문득, 다시 새벽 산을 오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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