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신경림
배낭 하나 메고
협궤철도 간이역에 내리다
물이 썰어 바다는 먼데도
몸에 엉키는 갯비린내
비늘이며 내장으로 질척이는 수산시장
손님 뜸한 목로 찾아 앉으니
처녀적 점령군 따라 집 떠났다는
황해도 아줌마는 갈수록 한만 늘어
대낮부터 사연이 길다
갈매기가 울고
뱃고동이 울고
긴 장화로 다리를 감은
뱃사람들은 때도 시도 없이 술이 취해
유행가 가락으로 울고
배낭 다시 들쳐메고 차에 오르면
폭 좁은 기차는 마차처럼 기우뚱대고
차창으로 개펄이 긴
서해바다 가을이 내다보인다
......................................................................
아직 휴가지를 정하지 못했다.
바다를 갈까, 산으로 갈까.
아이들과 집사람까지 모두 네식구가 떠나야하는 여행준비는
언제나 복잡하고 번거롭다.
문득 아무 때나 어디로든 떠날 수 있었던
젊은 날을 추억해 본다.
그래, 이번엔 아무 곳이나
발길 닿는대로 가봐야겠다.
하지만 이런 내 생각은
실행되기도 어렵겠지만
우리 가족 그 누구도
바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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