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최옥


일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

비 오는 날

누군가가 그리운 것은

어지러이 빗금 간 창에

제 얼굴이 비치는 까닭이다.

 

비 오는 날

마음이 허전한 것은

가슴 어딘가에 감춰둔 못 구멍으로

바람 통하는 소리가 들리는 까닭이다.

 

비 오시는 날은

유리창을 닦고

빈 손, 빈 가슴 채울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셔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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