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문 강에 삽을 씻고
정희성
흐르는 것이 물뿐이랴
우리가 저와 같아서
강변에 나가 삽을 씻으며
거기 슬픔도 퍼다 버린다
일이 끝나 저물어
스스로 깊어가는 강을 보며
쭈그려 앉아 담배나 피우고
나는 돌아갈 뿐이다
삽자루에 맡긴 한 생애가
이렇게 저물고, 저물어서
샛강바닥 썩은 물에
달이 뜨는구나
우리가 저와 같아서
흐르는 물에 삽을 씻고
먹을 것 없는 사람들의 마을로
다시 어두워 돌아가야 한다
..................................................
물이 흐르고, 세월도 흐르고,
달이 뜨고, 다시 어두워져 돌아가고...
흘러가면 다시 돌아오지 못하는 것.
저 강물이 그렇고, 저 슬픔이 그렇고
우리 생이 그렇고...
우리가 저와 같아서...
우리가 저와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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