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약돌을 보며
김종목
냇가에서 조약돌을 본다.
둥글고 예쁜 하얀 조약돌,
물의 부드러운 손으로
쓰다듬고 또 쓰다듬어
물무늬가 배도록 쓰다듬어 만든
저 둥글고 예쁜 조약돌.
끌이나 망치로는 만들 수 없는
부드러운 물의 손
부드러움이 만든 예쁜 돌,
툭툭 모가 난 성질의 돌들이
저렇게 부드러운 성품이 되었구나.
하루 이틀도 아니고
수십 년도 아니고
수천 수만 년을 견디면서 만든
저 한없는 참을성,
그리고 부드러운 사랑의 손길과 속삭임.
둥글고 예쁜 조약돌 위로
아이들과 아내의 얼굴이 떠오른다.
부드러운 눈으로
부드러운 손길로
부드러운 속삭임으로
참고 따뜻하게 사랑했는지,
모난 돌들이 둥글게 되듯
오래 참고
오래 견디며 사랑했는지.
........................................................................
그저 모난 것을 망치로 두드리고
그저 모난 것을 끌로 깎으려 하진 않았는지
그리하여 깨뜨려 못쓰게 하진 않았는지 ‥‥
오늘도 부드럽게 쓰다듬는 물의 손
아니, 내일도 모레도 부드럽게 쓰다듬을 물의 손
그 따스하고 정결한 손의 부드러움
그 온화한 속삭임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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