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1년의 강설(降雪)
김종목
1.
어둡고 질긴 밤이
연탄 난로 위에서 지글거릴 즈음,
우리는 술잔을 앞에 놓고
한 시대의 비밀을 꺼집어내고 있었다.
녹쓴 젓가락 끝에 집히는
이 시대의 아픔을 나누어 들고
확실하게 다가오는 절망이라든가
혁명적인 우리의 피도 이야기하고
서로의 눈 속에 숨은 비밀도
손바닥을 뒤집듯 탁자 위에 올려 놓았다.
미리 준비된 약간의 눈물을 보이기도 하고
그저 목이라도 조르고 싶은 우리의 가난을
탁탁 소리내어 떨어내기도 하면서
한 시대의 울음을 어루만지듯
뻘꺽뻘걱 취하도룩 술을 마셨다.
2 .
약한 바람 앞에서도
자주 삐꺽거리는 싸구려 대포집에서
가장 고귀한 우리의 대화는
때로는 위험한 어둠을 동반하기도 하였다.
애국자가 어떻고 독재자가 어떻고
그저 주먹을 쾅쾅 내리치던
그해 겨울 밤,
우리는 추위 속에서 떨고 있는 自由를 보았다.
연탄 난로 곁에서 피에 젖은 눈물을 흘리며
사람들의 귀를 피하고
저 순하디 순한 눈발의 귀를 피하면서
우리의 대화는 날카롭게 움직였다.
3 .
잠시 침묵이 흐르고,
우리는 몸에 흐르는 애국심을 정돈하였다.
지껄이고 또 지껄여도
술집을 나오면 변함없이 눈이 내리고
한 겨울 내내 눈이 내리고,
우리의 가슴은 늘 비어 있었다.
순결한 눈은 우리의 가슴을 적시며
신음하는 우리의 한 세대를
內面 깊숙이 잠재우고 있었다.
우리가 찾는 부끄러운 단어들이
눈의 나라에 천천히 묻혀가고 있음을 보면서
歸家길에 날리는 내 슬픈 영혼은
그해 겨울 내내 잠들지 못했다.
...................................................................................
작금의 우리 상황이 50년전과 크게 다르지 않음이 안타깝다.
오늘도 그때처럼 눈이 내릴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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