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는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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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어 교과서에 실려서 열심히 밑줄 쫘악... 해가면서 배우고 외웠던 시죠?

넓게 보면 자아성찰의 시, 좀 좁은 의미로 파악한다면 연시(戀詩)의 대표격인 시입니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의 존재의 발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삶의 이유도 바로 자아를 발견하고자 하는 것이겠지요.

자아를 성취하고 실현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입니다... ^^

그리보면 자아성찰과 사랑은 그리 멀지 않군요...^^...

사랑함으로써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사랑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게 되는 것이로군요.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이름'...

 

다시 되뇌어도 참으로 의미심장한 말입니다.

지금 당신은 누구의 이름을 부르시렵니까?

그리고 지금 당신은 그 누구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 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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