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동 (入冬)
이성선
잎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올까
첫눈이 내리면 그 사람이 올까
십일월 아침 하늘이 너무 맑아서
눈물 핑 돌아 하늘을 쳐다본다.
수척한 얼굴로 떠돌며
이 겨울에도 또 오지 않을 사람
가을 편지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 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 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가로수 은행잎이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길바닥은 무척 화려해졌습니다.
온통 노란 황금빛 낙엽길을 걷는 것도
운치있고 즐거운 일입니다.
당신과 같이 그 길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매끈한 은행잎 하나 주워서
호호 불어서는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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