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존(共存)의 이유
조병화
깊이 사랑하지 않도록 합시다.
우리의 인생이 그러하듯이
헤어짐이 잦은 우리들의 세대
가벼운 눈웃음을
나눌 정도로
지내기로 합시다.
우리의 웃음마저 짐이 된다면
그때 헤어집시다.
어려운 말로 이야기하지
않도록 합시다.
당신을 생각하는 나를
얘기할 수 없음으로 인해
내가 어디쯤에 간다는 것을 보일 수 없으며
언젠가 우리가 헤어져야 할 날이 오더라도
후회하지 않을 만큼 사랑합시다
우리 앞에 서글픈 그날이 오면
가벼운 눈 웃음과 잊어도 좋을 악수를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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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마음 내키는 대로 되지 않아서
그 무게를 덜려고 덜어지지도 않고
더하려 해도 더해지지 못한다.
젊은 날, 소나기처럼 지나간
열정이 조금 가라앉을 때쯤
이 시를 읽으며 얼마나 마음아팠던지...
둘만의 추억이 창틀 먼지만큼이나 겨우 쌓인
길모퉁이 어느 카페에서
잘 살라는 인사를 어설프게 던져두고
돌아서면서 얼마나 가슴시렸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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