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 매 단풍 들것네


                                      김영랑


"오 ―― 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아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 ―― 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니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 ―― 매 단풍 들것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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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 이미 이렇게 깊은 줄도 모르고
달력이 이제 겨우 한 장 더 붙어 있는 줄도 모르고

 

지금 내가 어디쯤 와 있는지도 모르고
내가 어디에 서 있는 것인지도 모르고...

 

매년 오는 가을이 올해는 유난히 참 많이 깊었다.

내 얼굴도 그리고 내 마음도 참 많이 시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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