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물리학


                        박후기


나는 정류장에 서 있고,
정작 떠나보내지 못한 것은
내 마음이었다
안녕이라고 말하던
당신의 일 분이
내겐 한 시간 같았다고
말하고 싶지 않았다
생의 어느 지점에서 다시
만나게 되더라도 당신은
날 알아볼 수 없으리라
늙고 지친 사랑
이 빠진 턱 우물거리며
폐지 같은 기억들
차곡차곡 저녁 살강에
모으고 있을 것이다
하필,
지구라는 정류장에서 만나
사랑을 하고
한 시절
지지 않는 얼룩처럼
불편하게 살다가
어느 순간
울게 되었듯이,
밤의 정전 같은
이별은 그렇게
느닷없이 찾아온다
...............................................

한동안 연락이 없었던 친구에게
이젠 멀리 떠난다는
문자 한 통이 반짝 왔다.


잠깐동안 그걸 보다가
차라리 문자를 보내지않았더라면 좋았겠다 싶었다.


답장을 꾹꾹 눌러 보냈다.
잘 살아라...

버튼을 꾹꾹 누르는 동안,
어딘가 꾹꾹 뭉쳤던 것이
눈구멍으로 뜨끈하게 솓더니
버썩 마른 볼을 타고 주르륵 흐른다.


다시 답장이 오진 않았지만
자꾸만 친구 목소리가 귓가를 맴맴 돈다.
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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