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바람


                     이재무


풀은 물처럼 한줄기 바람이
소리 없이 흘러오자
낮게 몸 눕혀 바람을 흐르게 하고
바람이 다 흐른 뒤에는
비에 젖은 가축이 물기를 털어 내듯
몸 흔들어 살갗에 묻은 바람을 털어 낸다
그 여린, 순환의 물결 사이로
먼 과거와 오지 않은 미래
수세기의 시간이 고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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