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불면
이근우
가을엔
찻잔 속에 향기가 녹아들어
그윽한 향기를
같이 느끼고 싶은 사람
그런 사람이 그리워집니다.
가을엔
가슴을 터놓고 쌓인 얘기를
서로 부담없이 나눌 수 있는
그런 친구가 그립습니다.
가을엔
밫바랜 추억도 더듬어 보고
비가 내리는 날에는
우산을 받쳐들고
빗소리도 들어보고 싶습니다
가을엔
스산한 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올 것 같고
찬바람 불면 낙엽지는 소리에
더욱 공허한 마음에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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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저 하늘은 저리도 빨리
파란색으로 가을 옷을 갈아입는지...
어쩌면 저 황금 벌판은 저리도 빨리
누런 황금색 물이 드는지...
어쩌면 저 가녀린 억새는
허옇게 세버린 머리칼을 늘어뜨리고 서글프게 섰는지...
수 십년을 마주치는 가을 바람이건만
오늘은 왜 자꾸만 가슴이 시려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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