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는
박제영
가을에는 잠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 수선스러운 준비는 하지 말고
그리 가깝지도 그리 멀지도 않은 아무데라도
가을은 스스로 높고 푸른 하늘
가을은 비움으로써 그윽한 산
가을은 침묵하여 깊은 바다
우리 모두의 마음도 그러하길
가을엔 혼자서 여행을 떠날 일이다
그리하여 찬찬히 가을을 들여다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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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론가 문득 떠나고 싶은 날씨
적당히 밝고 또 적당히 흐린...
차츰 제 잎 덜어내는 나뭇가지도
그렇게 길가에 흩어진 낙엽들도
적당히 어수선하고 또 적당히 아름다운...
여러가지로 어지러운 내 마음도
혼자이지만 따뜻한 차 한잔 마주하고 앉은 이 자리도
적당히 쓸쓸하고 또 적당히 온화한...
이제 한 번 정리해봐야겠다.
올해가 어떠했는지...
내가 어땠는지...
우리가 어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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