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 림 

                       강미정
        

-그대에게-


젖은 수건 속에 오이씨를 넣고

따뜻한 아랫목에 두었죠  

촉 나셨는지 보아라,

싸여진 수건을 조심조심 펼치면 

볼록하게 부푼 오이씨는

입술을 달싹이며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

입을 반쯤만 열고 있었죠

촉 나시려고 파르르 몸 떠는 것 같아서 

촉 보려는 내 마음은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조심조심 수건을 펼쳤던

저의 손은 또 얼마나 떨렸겠습니까

촉 나셨는지 보아라,

아부지 촉 아직 안 나왔슴더,

빛이 들지 않게 얼른 덮어 둬라,

빛을 담기 위해선 어둠도 담아야 한다는 것을

한참 뒤 나중에야 알았지만요 

그때는 빨리 촉 나시지 않는 일이 

자꾸만 펼쳐보았던 때문인 것 같아서

오래 들여다보았던 때문인 것 같아서

촉 날 때까지 걱정스레 내 마음을 떨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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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얼마나 조심스럽고 조바심나는 일인지...
기다리기 위해서 얼마나 많이 아파야 했는지...
얼마나 많은 밤을 새워야 했는지...

 

지나고 나면 아무것도 아니었던 것을...
지나고 나면 후회만 남는 것을...

 

하지만 얼마나 가슴 두근거리는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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