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속에 오래 담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의 궁리인 듯 가장 오래하는 궁리인 듯 천천히 발을 거두어갔다
저 속도로 시간도 길도 흘러왔을 것이다
누군가를 만나러 가고 또 헤어져서는 저렇게 천천히 돌아왔을 것이다
늘 맨발이었을 것이다
사랑을 잃고서는 새가 부리를 가슴에 묻고 밤을 견디듯이 맨발을 가슴에 묻고
슬픔을 견디었으리라
아- 하고 집이 울 때
부르튼 맨발로 양식을 탁발하러 거리로 나왔을 것이다
맨발로 하루 종일 길거리에 나섰다가
가난의 냄새가 벌벌벌벌 풍기는 움막 같은 집으로 돌아오면
아- 하고 울던 것들이 배를 채워
저렇게 캄캄하게 울음도 멎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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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간 시간은 모두 아름다웠노라'고 누군가가 말했단다.
되돌아 생각해 보면 결코 아름다웠을리 없는 시간들...
견디어 내는 것조차 힘겨워, 어떻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고 지나온 세월...
그래, 어쨌든 늘 그랬듯이 오늘도 나는 하루를 그럭저럭 살아내고 있고,
언제 그랬냐는 듯, 지나간 시간은 흐릿한 기억으로만 시들어
지금 내 삶에 그리 무게를 더해줄 것 같지는 않다.
이제와서 흘러간 시간에 대해 달리 할 말은 없다.
잘 살아줘서 고맙다고.
앞으로도 잘 지내보자고...
혼자서 제 어깨랑, 제 등짝을 다독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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