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간다


                             천양희

 
바람이 분다
살아봐야겠다고 벼르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세상은 그래도 살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지나간 것은 그리워진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랑은 그래도 할 가치가 있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절망은 희망으로 이긴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슬픔은 그래도 힘이 된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가치 있는 것만이 무게가 있다고 믿었던 날들이
다 지나간다
사소한 것들이 그래도 세상을 바꾼다고
소리치며 바람이 지나간다


바람소리 더 잘 들으려고 눈을 감는다
이로써 내 일생은 좋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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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년의 마지막 달도 이제 며칠 남지 않았다.

새벽녘에 문득 좀처럼 정리되지 않는 생각에 쫓겨 잠이 깼다.
매운 겨울 바람에 차가울 대로 차가워진 바깥 풍경을 내려다 본다.


그래,

언제나 나를 키우는 것은 바람...
언제나 나를 깨우는 것은 눈물...
언제나 나를 세워주는 것은 마주잡은 너의 따뜻한 손...

언제나 지나간 시간은 아름다운 것
그렇게 믿고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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