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 내린 뒤
이정록
개 밥그릇에
빗물이 고여 있다
흙먼지가
그 빗물 위에 떠 있다
혓바닥이 닿자
말갛게 자리를 비켜주는
먼지의 마음, 위로
퉁퉁 불은 밥풀이
따라 나온다
찰보동 찰보동
맹물 넘어가는 저 아름다운 소리
뒷간 너머,
개나리 꽃망울들이
노랗게 귀를 연다
밤늦게 빈집이 열린다
누운 채로, 땅바닥에
꼬리를 치는 늙은 개
밥그릇에 다시
흙비 내린다
...................................................................
시름없이 시들어가는 시간
나는 또다시
절망에 끝에 맞닿았다
혼미하게 뒤섞이는 이름들
자꾸만 멀어지는 얼굴들
그 속에서 색 바랜 나를 찾기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양철지붕 아래 요란한 빗소리
닳고 닳은 고막을 찢어낸다
언제나 내 속엔
나를 야단치고 때론 나를 어르는 누군가가
양철지붕의 집을 짓고 산다.
- 목탁 - 양철지붕 (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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