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문태준


외떨어져 살아도 좋을 일
마루에 앉아 신록에 막 비 듣는 것 보네
신록에 빗방울이 비치네
내 눈에 녹두같은 비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나는 오글오글 떼지어 놀다 돌아온
아이의 손톱을 깎네
모시조개가 모래를 뱉어 놓은 것 같은 손톱을 깎네
감물 들 듯 번져온 것을 보아도 좋을 일
햇솜같았던 아이가 예처럼 손이 굵어지는 동안
마치 큰 징이 그러나 오래 울렸다고나 할까
내가 만질 수 없었던 것들
앞으로도 내가 만질 수없을 것들
살구꽃은 어느새 푸른 살구 열매를 맺고
이 사이
이 사이를 오로지 무엇이라 부를 수 있을까
시간의 혀 끝에서
뭉긋이 느껴지는 슬프도록 이상한 이맛을
.........................................................................................

 

언제부턴가 초록이 좋다.
꽃을 보는 일보다
초록의 새싹을, 새잎을 보면
한결 기분이 나아진다.


신록(新綠)이 아니라 신록(神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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