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대
                      정두리


우리는 누구입니까
빈 언덕의 자운영꽃
혼자 힘으로 일어설 수 없는 반짝이는 조약돌
이름을 얻지 못한 구석진 마을의 투명한 시냇물
일제히 흰 띠를 두르고 스스로 다가오는 첫눈입니다


우리는 무엇입니까
늘 앞질러 사랑케 하실 힘 덜어내고
몇 배로 다시 고이는 힘
이파리도 되고 실팍한 줄기도 되고
아! 한목에 그대를 다 품을 수 있는 씨앗으로
남고 싶습니다
허물없이 맨발인 넉넉한 저녁입니다
뜨거운 목젖까지 알아내고도 코끝으로까지
발이 저린 우리는 나무입니다


우리는 어떤 노래입니까
이노리나무 정수리에 낭낭 걸린 노래 한 소절
아름다운 세상을 눈물나게 하는
눈물나는 세상을 아름답게 하는
그대와 나는 두고두고 사랑해야 합니다


그것이 내가 네게로 이르는 길
네가 깨끗한 얼굴로 내게로 되돌아오는 길
그대와 나는 내리내리 사랑하는 일만
남겨두어야 합니다.

.....................................

 

어릴적 이태원씨의 감미로운 노래 '그대'


" 그대 아름다운 얼굴에
  슬픈 미소 짓지 말아요
  그대 사랑하는 이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그대 아름다운 마음에
  슬픈 추억 갖지 말아요
  그대 좋아하는 이마음 언제라도 있지요 "


이 곡에 아나운서 서동숙 씨가 낭송한 시이다.
참 좋아했던 노래였는데, 요즘엔 자주 들을 수가 없다.
잊혀져서가 아니고 멀어져서...


사람도 그렇다.
자주 만날 수가 없다.
그 사람을 영영 잊어버려서가 아니라
멀어져서...


하지만 가끔씩이나마 그리워 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이 하늘 아래 살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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