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촌(外人村)


                                 김광균


하이얀 모색 속에 피어 있는
산협촌의 고독한 그림 속으로
파---란 역등을 달은 마차가 한 대 잠기어 가고,
바다를 향한 산마룻길에
우두커니 서 있는 전신주 우엔
지나가던 구름이 하나 새빨간 노을에 젖어 있었다.


바람에 불리우는 작은 집들이 창을 나리고,
갈대밭에 묻히인 돌다리 아래선
작은 시내가 물방울을 굴리고


안개 자욱---한 화원지의 벤치 우엔
한낮에 소녀들이 남기고 간
가벼운 웃음과 시들은 꽃다발이 흩어져 있다.


외인 묘지의 어두운 수를 뒤엔
밤새도록 가느란 별빛이 나리고.


공백한 하늘에 걸려 있는 촌락의 시계가
여읜 손길을 저어 열시를 가리키면
날카로운 고탑같이 언덕 우에 솟아 있는
퇴색한 성교당의 지붕 우에선


분수처럼 흩어지는 푸른 종 소리.

 

 

와사등(瓦斯燈)

       

                                       김광균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내 호올로 어딜 가라는 슬픈 신호냐

 

긴- 여름해 황망히 나래를 접고
늘어선 고층(高層) 창백한 묘석(墓石)같이 황혼에 젖어
찬란한 야경(夜景), 무성한 잡초인 양 헝클어진 채
사념(思念) 벙어리 되어 입을 다물다.

 

피부의 바깥에 스미는 어둠
낯설은 거리의 아우성 소리
까닭도 없이 눈물겹고나

 

공허한 군중의 행렬에 섞이어
내 어디서 그리 무거운 비애를 지고 왔기에
길-게 늘인 그림자 이다지 어두워

 

내 어디로 어떻게 가라는 슬픈 신호기
차단-한 등불이 하나 비인 하늘에 걸리어 있다.


.....................................................................


1914년 개성 태생의 모더니즘 시인의 대표주자인

김광균 님의 시 입니다...

그림을 그리듯 써내려가는 그의 한 줄 한 줄은

다름아닌 화가의 손놀림 그것입니다.

 

그는 화가의 캔버스 대신, 열 줄 원고지에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도시의 공허함을,

인간의 고독을, 우리 마음속의 믿음과 소망을

살며시 살며시 덧칠해 갑니다.

 

읽을수록 아름다운 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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