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별 하나


                               이성선


나도 별과 같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외로워 쳐다보면
눈 마주쳐 마음 비쳐 주는
그런 사람이 될 수 있을까


나도 꽃이 될 수 있을까
세상 일이 괴로워 쓸쓸히 밖으로 나서는 날에
가슴에 화안히 안기어
눈물짓듯 웃어 주는
하얀 들꽃이 될 수 있을까


가슴에 사랑하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외로울 때 부르면 다가오는
별 하나를 갖고 싶다


마음 어두운 밤 깊을 수록
우러러 쳐다보면
반짝이는 그 맑은 눈빛으로 나를 씻어
길을 비추어 주는
그런 사람 하나 갖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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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천 시간을 혼자 살아온 것 같아.'


길가의 작은 풀꽃의 한마디가
늦가을 쓰르라미 소리처럼 귓속을 갉는다.


'나도 그래'


그 한마디를 꺼내지 못하고 차라리 눈을 감는다.
아, 아프다.


운명처럼 혼자 살아온 시간을 모두 되돌릴 수는 없겠지.
우리 삶이 단 한 번뿐임도 거스를 수는 없겠지.


오늘따라 유난히 차고 시린 해가 지는
저녁 어스름 무렵
길 위에 서서
가녀리게 흔들리는 너를 위해
잠시 두 손 모아 기도를 올릴 것이다.

입동 (入冬)

 

                           이성선


잎이 떨어지면 그 사람이 올까
첫눈이 내리면 그 사람이 올까
십일월 아침 하늘이 너무 맑아서
눈물 핑 돌아 하늘을 쳐다본다.
수척한 얼굴로 떠돌며
이 겨울에도 또 오지 않을 사람

 


가을 편지

                           이성선


잎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원고지처럼 하늘이 한 칸씩
비어 가고 있습니다
그 빈 곳에 맑은 영혼의 잉크물로
편지를 써서
당신에게 보냅니다
사랑함으로 오히려
아무런 말 못하고 돌려보낸 어제
다시 이르려 해도
그르칠까 차마 또 말 못한 오늘
가슴에 고인 말을
이 깊은 시간
한 칸씩 비어 가는 하늘 백지에 적어
당신에게 전해 달라
나무에게 줍니다

.......................................................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바람이 거세지면서

가로수 은행잎이 한 번에 우수수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길바닥은 무척 화려해졌습니다.

온통 노란 황금빛 낙엽길을 걷는 것도

운치있고 즐거운 일입니다.

 

당신과 같이 그 길을 걷고 싶어졌습니다.

매끈한 은행잎 하나 주워서

호호 불어서는 주머니에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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