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이병기 시/ 이수인 곡

 

바람이 서늘도 하여

뜰 앞에 나섰더니

서산 머리에 하늘은

구름을 벗어나고

 

산뜻한 초사흘 달이

별 함께 나오더라

달은 넘어가고

별만 서로 반짝인다

 

저 별은 뉘 별이며

내 별 또한 어느 게요

잠자코 홀로 서서

별을 헤어 보노라

.............................................................

고사리같은 두 손 배꼽 아래 꼭 맞잡고

참새 주둥이 놀리듯 재잘재잘 이 노래를 불러대는

한 아이의 모습이 떠오른다.

 

선생님은 늘 이 노래와 '비목' 을 불러보라 했었다.

나도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이 무척 좋았다.

지금도 이 노래를 흥얼거리면 가슴이 뭉클해진다.

 

남들 앞에서 노래를 불렀던 게

적어도 40년 가까이 되었다.

이 노래를 몇 번이나 불렀을까?

이 노래를 언제 불렀던가?

 

밤 하늘의 별을 본 지가 얼마나 되었던가?

생각해 보니 정확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참으로 사랑스런 시(詩)다. 

너무나 아름다운 노래다.

저 하늘의 별빛처럼 아득히 멀어지는 옛 이야기이다.

 

 

이 가을에

 

                                   이수인

 

이 가을에

그리운 얼굴 하나 없는 사람은 슬프다

 

가을이 오면

오랜 기다림 속에

피어난 해바라기처럼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이 있다

 

가을이 깊어

발 밑에 뒹구는 낙엽 속에서

보고 싶은 얼굴이 하나 있다면

그 사람은 마음의 등불 하나

밝히고 사는 사람이다

 

이 가을에

간절한 바람처럼

보고 싶은 얼굴 하나 있다

 

가을이 깊어지면

스산함 저 뒤편에

따스한 마음의 등불 하나 밝힌다

...........................................


가을엔

 

                        이수인

 

가을엔

사람하나 보내도 좋다

눈 감고 있어도 피부로 느끼는 스산한 가을 앞에서

우리는 모두 시인이다

 

낙엽이 떨어질 때

가슴에 묻어둔 사랑도 함께 보내라

마음에 담아둔 미움도 털어 버려라

낙엽이 쌓이는 초라한  길모퉁이에

가난한 연인들의 발밑에 밟히며

행복한 웃음을 듣고

이별한 연인들의 슬픈 사연도

들어주는 한 줌 낙엽이 되라

 

가을엔

사람하나 맞이해도 좋으리

가고 난 빈자리에

덩그라니 남아있는 텅 빈 의자

아름다운 저녁노을 바라보며

홀로 기도하는 여인보다

마주 보는 연인들의 눈길이

가을엔 한결 아름다우니

................................................

가을이 깊어가는 것은
 
점점 푸르러지는 하늘의 깊이로

낙엽이 구르는 소리로

가을비의 시린 감촉으로

비어가는 나뭇가지의 헐벗음으로

그리고 가슴 한 구석 묻어두었던 그리움의 발효로

느낄 수 있습니다...

이 가을에 한 번쯤 만나보고 싶은 시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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