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
최옥
일년에 한 번은
실컷 울어버려야 했다
흐르지 못해 곪은 것들을
흘려보내야 했다
부질없이 붙잡고 있던 것들을
놓아버려야 했다
눅눅한 벽에서
혼자 삭아가던 못도
한번쯤 옮겨 앉고 싶다는
생각에 젖고
꽃들은 조용히
꽃잎을 떨구어야 할 시간
울어서 무엇이 될 수 없듯이
채워서 될 것 또한 없으리
우리는 모두
일년에 한 번씩은 실컷
울어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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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오는 날
누군가가 그리운 것은
어지러이 빗금 간 창에
제 얼굴이 비치는 까닭이다.
비 오는 날
마음이 허전한 것은
가슴 어딘가에 감춰둔 못 구멍으로
바람 통하는 소리가 들리는 까닭이다.
비 오시는 날은
유리창을 닦고
빈 손, 빈 가슴 채울
따뜻한 차 한잔을 마셔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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