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작나무 내 인생
정끝별
속 싶은 기침을 오래하더니
무엇이 터졌을까
명치끝에 누르스름한 멍이 배어 나왔다
길가에 벌(罰)처럼 선 자작나무
저 속에서는 무엇이 터졌길래
저리 흰빛이 배어 나오는 걸까
잎과 꽃 세상 모든 색들 다 버리고
해 달 별 세상 모든 빛들 제 속에 묻어놓고
뼈만 솟은 저 서릿몸
신경줄까지 드러낸 저 헝큰 마음
언 땅에 비껴 깔리는 그림자 소슬히 세워가며
제 멍을 완성해 가는 겨울 자작나무
숯덩이가 된 폐가(肺家) 하나 품고 있다
까치 한 마리 오래오래 맴돌고 있다
...............................................................
내가 가진 것, 가질 수 있는 것, 가지고 싶은 것을 모두 꺼내본다.
참으로 변변히 잴 것도 없는 품새에
펼쳐보기도 부끄러워 얼른 걷어치운다.
10년을 키운 화초들은 제법 그럴 듯한 모양새를 갖춘 것들도 좀 있다 싶은데,
조심스럽게 거울을 보고, 예전 사진을 보니 나는 10년동안 늙기만 했다.
한바탕 푸념을 늘어놓고 나니,
자작나무 같은 시인은 좋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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