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장(風葬)
이상국
오랫동안 수고했다
돌쩌귀에 겨우 매달린 문들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집
저 무너진 아궁이가
우리들 몇대의 밥을 지었다면
누가 믿겠니
새끼내이 잘하던 소는
늙어 무엇이 되었을까
그 많던 제사는 어떻게 되었는지
차일 높이 치고 잔치국수 말아내던 마당에 들어서며
너븐들 쇠장사하던 아무개네 집 아니냐고 아는 체하면
집은 벽을 허물며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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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할아버지 제사를 모시기 위해 모두들 분주한데, 조용히 어머니가 날 방으로 부르신다.
내년부터 시어머니 제사와 함께 지내자고, 내가 45년을 모셨으니 그만하면 됐다고 하신다.
그러마 대답하곤 방에서 나와 가만히 생각을 했다.
일면식도 없었던 시아버지의 제사를 시집 온 후로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지냈고,
남편도 없이 자식들 키우며 오랜 세월을 모셨으니, 그만할 법도 하다 싶어 생각을 접었다.
그날 밤, 제사를 모시는 내내, 구석자리에 앉은 어머니는
끝도 없이 눈물을 닦아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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