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가락 한 마디
한하운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 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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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리 피리
한하운
보리 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꽃 청산(靑山)
어린 때 그리워
피--ㄹ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인환(인환)의 거리
인간사(人間事) 그리워
피--ㄹ 닐니리.
보리 피리 불며
방랑의 기산하(幾山河)
눈물의 언덕을 지나
피--ㄹ 닐니리.
* 인환 : 인간의 세계
* 기산하 : 산하가 그 몇 해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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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반가운 이의 이름이 적힌 메일이 도착했다.
짧막한 두 줄의 글...
'잘 계시냐고, 그저 버티고 있다고...'
코 끝이 찡해온다.
답장을 썼다.
'삶이란 늘 그러한 것. 별 것 아니니...'
'잘 지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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