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는 간다

  

                         허수경


기차는 지나가고 밤꽃은 지고

밤꽃은 지고 꽃자리도 지네

오 오 나보다 더 그리운 것도 가지만

나는 남네 기차는 가네

내 몸 속에 들어온 너의 몸을 추억하거니

그리운 것들은 그리운 것들끼리 몸이 먼저 닮아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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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가끔 꿈 속에 정사를 나눈다.

너와

예전처럼...

숨막힐 듯 뜨거운 햇살이 내리는

철길 저 끝에

아지랑이...

아득히 멀어진다.

 

왼쪽 뒤통수에서 터질 듯 뛰던

심장 박동소리가 서서히 잦아든다.

목줄기를 타고 끈적이는 것을 꿀꺽 삼킨다.

목덜미, 등줄기로 주루룩

덜 식은 땀이 흐른다.

 

더듬 더듬 담배를 찾는다.

떨리는 입술로 메마른 것을 문다.

아직 숨이 거칠다.

 

그리움은

이젠 가고 없다.

떠나간 기차의 흔적도 연기도 없다.

고요하고,

공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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