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역

 

                   황금찬

 

지금 이 간이역에
머무르고 있는
완행열차의 출발 시각이
임박해오고 있다.


출발 시각을 앞에 두고
언제부턴가
화차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한다.


이 간이역에 머물렀던
열차들은
한결같이 어제의 구름이 되고 말았다.


지금 차가 떠나고 나면
모든 것들은
또 그렇게 구름이나
강물로 흘러가고 만다.


갈매기의
긴 날개가
하늘 가득히
펄럭이고 있다.


어느 역을 향해
지금 기차는
또 출발하는 것이다.


그 역의 이름을
누가 알고 있을까?

.......................................................

영겁의 세월 속에서
지금 우리의 삶은 의미없을만큼 작다.
모든 것은 구름이나 강물처럼
그저 흘러가고, 멀어지고, 사라진다는 것


생각해보면... 우리의 생은
가는 순서도 없고,
기다리는 일도 없으며,
이별의 시간, 출발의 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른다.


언젠가부터 그 시간이 임박해오고,
조금씩 흔들릴 뿐...


천만다행으로 가까워오는 시간을 우린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지나버린 그 간이역의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고,
지나가버린 그 시간 또한 좀처럼 기억나지 않는다.


신의 선물!
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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