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찻집
김승봉
누구나 바다 하나씩 가지고 산다.
가까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언덕 위 (귀머거리) 찻집에 앉아
옛사랑을 그리며
반쯤 식어버린 차를 마신다.
파도는 유리창 너머에서 뒤척거리고
찻집 주인은 카운터에 앉아
오래된 시집을 읽고 있다.
이윽고 문이 열리고
찻집보다는 선술집이 더 어울릴 것 같은
사내들이 와르르 몰려든다.
주인은 시집을 덮고,
바다가 정면으로 보이는 확트인 유리창 곁에
그 사내들의 자리를 권하고
다시 시집을 펼쳐든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들어간다.
주인은 주문을 받지도 않고
사내들은 주문을 하지도 않는다.
그러다가 사내들은 떠나가고
주인만 홀로 빈 찻집에 남게 될 것이다.
온종일 수평선만 바라보다가
지쳐 귀머거리가 되어버린,
그 바닷가 찻집에 파도처럼 왔다가
훌쩍 떠나버린 사람들이
어디 그들 뿐이었겠는가.
주인은 마음으로 시집을 읽고
사내들은 말없이 빈 바다를 마신다.
펄펄 끓어오르던 온기마저 서서히 식어갈 때
옛사랑에 대한 기억도 조금씩 잊혀져 가고
내 손에 전해져 오는 냉기와
콧속으로 파고드는 짭짤한 바다의 냄새,
내 마음 역시 그들과 함께
빈 바다를 마시고 있다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될 것이다.
바닷가 빈 언덕에서 찻집을 하는
주인의 마음을 조금씩 알게 될 것이다.
누구나 마음 속에
껴안을 수 없는 사랑 하나씩 안고 산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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