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 지는 날 

 

                                 홍수희

 

사랑이라고 다 사랑이 아니었구나
지천으로 피어 있던 너의 이름도
안아주고 싶었던 너의 슬픔도
눈꽃 같던 눈꽃 같던 너의 참회도
때로는 참을 수 없는 권태로 다가오느니
하늘은 저 하늘에 있는 게 아니었구나
내 마음에 또 다른 우주(宇宙)가 있어
그 곳에 비 내리고 바람이 불면
그 곳에 천둥 울고 벼락이 치면
그리움에 커 가던 나무 한 그루
산산이 부서지어 숯이 되느니
뜨락에 피던 꽃도 꽃이 아니었구나
눈물도 눈물이 아니었구나......

............................................................

 

한창 봄날이라 화창하고 화려한 날만 있더라 싶더니, 일요일내내 흐리고 비가 내리더군요.

어느새 지나가버린 봄날의 화려하고 빛나던 세상이 그저 허망한 잔치로 끝나고,

뒤돌아보고 기억하려해도 좀처럼 떠오르질 않네요...

그렇다면 시인의 말처럼 꽃도 꽃이 아니었고, 사랑도 사랑이 아니었나보군요.

 

어제는 밤늦도록 우뢰가 성화를 대더니 오늘은 다시 차분해졌습니다. 언제그랬냐는 듯...
우리의 사랑도, 우리의 슬픔도, 우리의 고독도, 우리의 삶도

늘 제자리인 것 같지만 끊임없이 흘러가고,

흐르는 것 같지만 하염없이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 같지만

문득! 스쳐지나가는 것!

그런 것인가 봅니다...

오늘은 잠시 앉았다가,

하늘 한 번 올려다보고 한숨돌리면...

다시 일어나서

걸어봐야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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