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파는 꽃집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같은 갈대와
마른 나무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보세요.
사람들 속에서도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 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


가을비가 내린 후로 피부로 느껴질만큼 바람이 차갑다.
이 서늘함이 서걱서걱 부서질 즈음이면
이 가을을 아쉬워하게 되겠지.


늘 지나쳐 가고 나면 알게되는 시간,
그리고 사랑, 사람들...


갈대도, 마른 나무가지도, 꽃들도
고독과 더불어 사는 법에 익숙하기도 하지.


몇 십년을 살았건만 아직도
알 수 없는 나, 그리고 사랑,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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