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날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하리야.

 

네가 죽고 내가 산다면?

내가 죽고 네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


눈부신 가을 날의 푸르름을 이보다 더
명징하고 멋드러지게 표현할 수 있을까?

 

꽃이 아름다운 것은 영원할 수 없기 때문이요,
우리네 청춘이 아름다운 것도 이 때문이리니

그래, 이 가을 눈물 나도록 그리운 이가 있다면
저 높푸른 하늘 한가운데 뭉게구름 한 덩이로 그려놓고
죽도록 그리워해보자꾸나...

'명시 감상 1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용혜원...가을을 파는 꽃집  (0) 2008.09.25
박인환...목마와 숙녀  (0) 2008.09.22
이정란...악기 사러 가는 길  (0) 2008.09.16
김종목...기다림  (0) 2008.09.09
김종해...우리들의 우산  (0) 2008.09.01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