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나비


                           김기림


아무도 그에게 水深을 일러 준 일이 없기에
흰 나비는 도무지 바다가 무섭지 않다.


靑무우밭인가 해서 내려 갔다가는
어린 날개가 물결에 절어서
公主처럼 지쳐서 돌아온다.


三月달 바다가 꽃이 피지 않아서 서글픈
나비 허리에 새파란 초생달이 시리다.

 

유리창과 마음


                              김기림

 

여보 -
내마음은 유린가봐. 겨울 하늘처럼
이처럼 작은 한숨에도 흐려버리니......


만지면 무쇠같이 굳은체 하더니
하로밤 찬서리에도 금이 갔구료.


눈포래 부는 날은 소리치고 우오
밤이 물어간뒤면 온 뺨에 눈물이 어리오.


타지 못하는 정열. 박쥐들의 등대.
밤마다 날어가는 별들이 부러워 쳐다보며 밝히오.


여보-
내마음은 유린가봐.
달빛에도 이렇게 부서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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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각적인, 너무나 감각적인 시어(詩語),
예민하면서도 손에 잡힐 듯 생동감 넘치는 상징과 비유.

행간을 읽어내려갈 때마다 쨍하고 금이 갈 듯하다.


한국전쟁 당시 납북된 작가로 이효석, 조용만 등과 함께
구인회를 창설했으며, 조선문학가동맹의 핵심이기도 했던
김기림의 시 두 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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