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소식

 

                                  도종환

 

날이 풀리면 한번 내려오겠다곤 했지만
햇살 좋은 날 오후 느닷없이 나타나는 바람에
물 묻은 손 바지춤에 문지르며
반가움에 어쩔 줄 몰라하듯
나 화사하게 웃으며 나타난 살구꽃 앞에 섰네

 
헝클어진 머리 빗지도 않았는데
흙 묻고 먼지 묻은 손 털지도 않았는데
해맑은 얼굴로 소리 없이 웃으며
기다리던 그이 문 앞에 와 서 있듯
백목련 배시시 피어 내 앞에 서 있네

 
몇 달째 소식 없어 보고 싶던 제자들
한꺼번에 몰려와 재잘대는 날
내 더 철없이 들떠서 떠들어쌓는 날
그날 그 들뜬 목소리들처럼
언덕 아래 개나리꽃 왁자하게 피었네

 
나는 아직 아무 준비도 못 했는데
어어 이 일을 어쩌나
이렇게 갑자기 몰려오면 어쩌나
개나리꽃 목련꽃 살구꽃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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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녘에서의 꽃소식에 마음이 서둡니다.
바알갛고, 하얗고, 노랗게 펼쳐질 꽃잔치를 준비하려면
손도 씻고,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해야하는데
눈도 씻고, 마음도 닦고, 옷도 갈아입어야 하는데...


이렇게 몰려오면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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