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뒤척였다. 피곤해서 였고, 모기 몇마리 때문이기도 했다. 6시... 밖은 훤하게 밝았고, 창밖 풍경은 이국적냄새를 물씬 풍긴다. 거대하게 자라 건물 3층 높이에 닿는 야자수 네그루가 도열해 있고, 저 건너편은 바다다.

간간히 이름모를 새의 지저귐과 파도소리, 이곳이 제주도다.

 어제 비행기 안에서 구름위로 비행기가 오르자 옆자리에 앉아 있던 딸아이가 질문을 던진다.

'선녀가 여기 사느냐고...' 그렇다고 했더니 '그럼 돌아가신 분들도 다 여기 살겠네?'

그 역시 그렇다고 했더니 왜 다들 보이지 않느냐는 거였다.

아마 구름속이라 잘 안보여서 그럴 거라고 둘러댔다. 우리 천사는 그게 왜 궁금했을까?

깊은 잠에 빠진 나의 천사에게 질문을 해 본다.

곤히 잠들어 있는 아내와 아이들을 보다가, 다음 여행길 준비에 또 마음이 서둔다.

아침을 서둘러 해 먹고 중문을 돌아볼 계획을 다음으로 미루고 성산으로 방향을 잡았다.

먼저 도착한 곳은 표선의 '환해석성' 글자 그대로 해안을 둘러 쌓은 돌로 만든 성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검은 돌로 견고하게 쌓은 성곽은 이제는 풀에 덮여 그 위용이 반감되었지만, 무서운 파도와 더 끔직하게 무서운 외세(특히 왜구들...)를 막는데는 그만한 것이 없었으리라 짐작된다.

 

 

가는 길에 몇 편의 유명한 영화 촬영 배경지가 되었던 섭지코지에 잠깐 들렀다.

이곳에 온 기념으로 말을 몰고 한바퀴 돌고 사진도 몇 방 찍었다. 나름대로 멋스러운 풍광이었다.  

드디어 성산 일출봉... 가까이 오기 전에 전체 사진을 한 번 찍고 왔어야 했는데,

너무 가까워져서 일출봉 전체가 앵글에 도저히 들어오질 않는다.

전에는 이곳까지 두어 시간을 걸어들어 왔었다. 물론 버스가 가끔 있기는 했지만 차비가 없었다...

오는 길에 이생진 님의 '그리운 바다 성산포' 를 얼마나 읊어댔던가?

또 그날 밤, 야영장에서 난생 처음 보는 환상적인 풍광에 잠못 이루고 도 얼마의 소주병을 비웠던가?

일출봉 아래 해오름식당에서 맛있는 식사와 물회를 곁들인 성찬(?)을 했다.

그리곤 수많은 수학여행 인파와 뒤섞여 즐거운 일출봉 등반을 했다.

날씨가 워낙 좋았고 무척 더웠기 때문에 혹시나 힘들어 하진 않을까 걱정했던 아이들은,

우리 부부보다 훨씬 앞서 중고생 형님들(?)과 함께 꼭대기까지 가뿐히 올랐다.

 그리고는 내려오기가 무섭게 그 유명한 분화구... 산굼부리로 향했다.

 제주도의 수많은 기생화산 중 유일한 마르형분화구 (움푹 파인 모양의 분화구)이다. 입장료는 어른 3,000원.

분화구변을 따라 등산로가 있는데 올라가는 내내 어마어마한 날파리떼를 헤치며 걸어야 했다.

눈을 뜰 수 없을 정도였다. 이번 제주도 여행길에서 '미니미니랜드'와 더불어 가장 후회되는 곳이었다.

 

 또 다시 차를 몰아 일몰을 쫓았지만 또 늦었다. 아쉬운 대로 한라산을 향해 한 방!!...찰칵.

숙소로 오는 길에 표선해수욕장을 들어갔다. 하루 종일 뜨거운 햇볕아래 힘든 행군(?) 끝이어서 였을까...

우리 모두 신이 나서 바닷물에 뛰어들었다.

 얼마나 물놀이를 했을까? 평생 처음 해본 야간수영은 밤 늦게까지 계속됐다.

아이들과 정말 신나게 물놀이를 했다. 너무나 배가 고파 시계를 보니 여덟시가 넘었다.

해수욕장 바로 옆 늘어선 횟집을 보고 무작정 들어갔다. 굼데기회집... 환상적인 저녁식사를 했다.

다금바리, 북바리... 이런 귀하고 비싼 회를 먹은 건 아니었지만...^.^... 추천해 준 돔회는 일품이었다...

더구나 끝없이 이어지는 음식의 행렬은 우리 네식구가 평생 잊지 못할 저녁식사의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결국 뒤에 나온 음식들은 모두 싸주셨고, 덕분에 다음날 아침까지 진수성찬을 먹을 수 있었다.

내일은 드디어 우도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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