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섹스의 추억
최영미
아침상 오른 굴비 한 마리
발르다 나는 보았네
마침내 드러난 육신의 비밀
파헤쳐진 오장육부, 산산이 부서진 살점들
진실이란 이런 것인가
한꺼풀 벗기면 뼈와 살로만 수습돼
그날 밤 음부처럼 무섭도록 단순해지는 사연
죽은 살 찢으며 나는 알았네
상처도 산 자만이 걸치는 옷
더이상 아프지 않겠다는 약속
그런 사랑 여러번 했네
찬란한 비늘, 겹겹이 구름 걷히자
우수수 쏟아지던 아침햇살
그 투명함에 놀라 껍질째 오그라들던 너와 나
누가 먼저 없이, 주섬주섬 온몸에
차가운 비늘을 꽂았지
살아서 팔딱이던 말들
살아서 고프던 몸짓
모두 잃고 나는 씹었네
입안 가득 고여오는
마지막 섹스의 추억
.....................................................
언제였던가요?
최영미 시인의 감각적이고 예리한 자극에
욕망이, 열정이 꿈틀거리던 시절이...
그녀의 시 한 줄 한 줄을 다시 또 다시 읽어 내려가며
그녀의 혀끝에서 좌지우지되던 내 신경의 끄트머리...
그리곤 다시 오그라드는 내 허기...
그녀를 한 번은 만나보고 싶다는 내 허망한 바램이
어쩌면 잠시나마 이루어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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