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김기림
나의 소년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 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주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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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죽음도 자연의 한조각일뿐인 것...
만남도 그리고 헤어짐도 그저
집어들었다 놓은 조약돌 같은 것...
흐르는 시간도, 흘러간 옛 이야기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고
마냥 흘러가버려서 매양 잊혀지는 것...
잠시도 서서 쉴 곳 없는 삶의 길을 하염없이 걷다가
저 모퉁이를 돌면 멈춰질까 싶어
또 걷다보면 이어지고 또 그렇게 흘러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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